[회고] 창업 (1)

by Philip21

내 인생 통틀어 가장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지나갔다. '올해는 꼭 회고를 글로 남겨야지' 라고 몇번씩이나 생각했어서 이렇게 글을 쓴다.

어떻게 창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어떤 위기와 고민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한달만에 2500만원을 판매하는 것에 성공했지만 왜 결국 이 사업을 마무리 지을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일기 같은 글로 남기고 싶은 마음에 조금 중구난방한 글이 되더라도 생각이 닿는대로 줄줄히 써내려가보려 한다.

2022년 8월. 창업하기까지

운이 좋게 대학 졸업과 함께 초록 기업에 들어가 4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면서 개발부터 시스템, 협업, 커뮤니케이션까지 다양한 부분을 직접적으로/간접적으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과 일을 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프론트엔드 개발이라는 직군에 대한 전문성을 기를 수도 있었다. 사회초년생으로서 어리둥절 하고 있던 나를 커뮤니케이션부터 개발실력까지 한사람 몫을 할 수 있도록 성장시켜준 고마운 회사였다.

1< 당시 그린팩토리 앞 우리집 풍경 + 아기 고양이 루미 >

당시 한창 대두되기 시작했던 디자인 시스템에 대해 Airbnb, Line, 쏘카 ...등 다양한 기업의 실무자들을 초청해서 토론 하기도 했었고, (코로나 이슈로 zoom으로)

JS의 특성과 복잡한 인터렉션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오류에 대해 어떻게 오류 zero를 달성할 수 있을까 논의하며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하고,

다양한 성능관련 리서치 및 개선도 진행했었다.

이처럼 직군에 대한 전문성을 기를 수 있는 많은 기회들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꽤나 즐겁게 일해나갔던 것 같다.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어진 위치에서 책임을 더 잘 수행하는 것만 고민했지 진심으로 고객의 지표를 찾아보고 스스로 내가 몸 담고 있는 비지니스를 파헤치고자 노력하진 않았던 것 같다.

또한, 개발을 더 잘하는 것만 고민했지 팀과 사람에 대한 고찰을 거의 하지 않았었다. (그런 위치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을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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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내 인생의 큰 변곡점이 될 연락이 왔다.

2022년 10월. 퇴사와 새로운 시작

창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을 돕고 있던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다.

창업을 진지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였고, 실무에서 바로 적용해보기 어려운 다양한 기술스택을 써보기 위해서 사이드로 진행하던 프로젝트였다.

단순한 기능임에도 프로토타입 개발에 1년 가량 걸렸었는데 일 끝나고 시간을 쪼개서 하다보니 확실히 속도가 나지 않았었다. 그리고 흐지부지되나 싶던 때, 대표역할을 하는 친구에게 연락을 받은 것이었다.

"예비창업패키지에 합격했어, 같이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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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데이터 시각화 공부를 시작하면서 한창 새로운 설렘으로 차있던 상태라 기쁨보다는 어떻게 하지? 라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항상 일을 좋아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생각이 있었는데

'모든 사람들은 더 나은 사회, 그리고 더 나은 다음 세대를 만들기 위한 책임을 갖고 있으며,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일을 통해 이것을 수행하고 있다. 사회구성원으로서 누리는 것들에 대한 당연한 책임이다.'

이런 생각을 말미암아 생각을 거듭하며 창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솟아났다. 그리고 이제 충분히 스스로 걸을만큼 경험과 실력을 쌓았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이때의 선택으로 인해 놓친 기회들도 있고, 실패를 앞두고 있지만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성과를 위해서가 아닌 고객을 위해 마음에서 우러나와 일에 몰입하는 경험', '문제를 찾는 것부터 가설 세우고 계획하고 만들고 파는 경험', '비지니스 영역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얻게 되는 인사이트'까지

1년 남짓의 짧은 시간동안 많은 성장을 이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문제의 크기(공감의 크기)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몰랐었다는 점 정도인 것 같다.

2023년 2월. 첫번째 위기

첫번째 위기는 회사의 재정도, 고객의 불만도 아닌 팀원 간의 협업에서 발생했다.

IT 회사에서 엔지니어로서만 일하던 내가, 완전히 다른 영역의 친구들 (한명은 현대자동차 연구원, 한명은 수의사)과 일하면서 그동안의 상식으로 여겼던 모든 부분을 설명해야했다.

(기능 하나가 도깨비 방망이 뚝딱 하면 나오는 줄 알고 있음)

이 일이 왜 필요한지, 왜 지금 해야하는지, 우리에겐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등등 개발을 아예 모르는 친구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PPT를 매번 만들어서 회의시간을 잡고 설명했었고

개발을 조금 더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과, 손이 부족한 것도 있어서 개발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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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끊임없이 논의하는 과정에서, 친구들도 내가 하는 일들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고,

나 또한 비즈니스 관점에서 조금 더 우선순위를 둬야할 일이 무엇인지, 리소스, 지속가능성, 확장성 등을 고려해서 더 나은 선택지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깨달아나갔다.

그렇게 몇달동안 계속 싸우고 맞추는 과정 끝에 조금 더 정제된 형태의 제안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협업구조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아갔다.

이 과정에서 느낀건 협업구조가 완전히 안정적이 되려면, 아래 두가지 모두면 좋고 적어도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 서로의 일을 경험하고(전문성을 가지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공유함으로써 서로 하고있는 일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서로를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 신뢰는 그냥 생기지 않는다. 그 사람이 만들어 내는 성과, 언행, 노력과 공유 등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생긴다.

이어서

쓰다보니 내용이 생각보다 많아서 포스팅을 1, 2편으로 나눠서 써야할 것 같다. 일단 1편은 여기서 마무리 해야겠다.

by Phili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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